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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삼성은 한 편의 광고를 내놓습니다. 아이폰 4S를 사기 위한 구매행렬을 비꼬는 광고였죠. 이에 대해 한국의 전자신문은 '앱등이 허 찌른 삼성의 미국 광고' 운운하며 그 저급함을 다시 한 번 드러내기도 했군요. 일단 광고를 보시죠.


이 광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미국에서 이 정도 비교 광고는 흔한 것" "이 정도에 불쾌해한다면 자신이 애플빠임을 인정할 뿐" "통쾌한 광고" 등의 감상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이 광고는 정말 그런, 흔한 비교 광고에 불과할까요? 저는 이 비교 광고가 비교 광고 특유의 위트가 없을 뿐 아니라,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비하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성이 "갤럭시는 4G를 지원한다" "갤럭시의 스크린은 크다" 같은 점을 내세워 아이폰과 비교 광고를 벌인 것은 특별할 것도 없는 전략입니다. 4G 지원, 큰 스크린, 다른 디자인 등은 사람들이 '아이폰 5'에 기대하고 있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으니, "아이폰 5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삼성 갤럭시S2에 그 모든 것이 있다" 같은 메시지는 대단히 유효한 것이죠.

그러나 이 광고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줄을 서서 애플의 신제품을 기다리는 '애플 유저'들을 비하하고 있습니다. 전자신문의 앱등이 운운하는 천박한 기사야말로 이 광고가 제품을 비교하여 애플의 제품을 깎아내린 데 그치지 않고 애플 제품 사용자들, 즉 사람을 깎아내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제품의 비하를 넘어 사람을 비하하는 것은 '비교 광고일 뿐' 같은 변호로 넘어갈 수 없는 악질적인 방식입니다.

그 뿐 아니라, 삼성이 이 광고에서 애플 팬들을 비하하는 근거 역시 천박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광고 중간에 한 사람이 "나는 삼성은 쓰지 않아, 창의적이거든" 이라 말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야, 넌 바리스타잖아" 라고 받아치는 부분이 있군요. 이를 한국의 많은 IT 커뮤니티는  재미있게 여기는 모양인데, 전 이 대사의 저급함 자체가 경악스러울 뿐 아니라, 이 대사로부터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도 또한 경악스럽습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만일 패션 디자이너라면, 웹 디자이너라면, 음악가라면 저런 식으로 "야, 넌 OOOO잖아" 하는 대사를 할 수 있었을까요?

"난 창의적이니까."
"야, 넌 음악가일 뿐이잖아."

음악가가 창의적이라는데 문제가 될 게 없죠.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바리스타는 창의적이어선 안 됩니까? '창의성'을 이유로 삼성 제품 대신 애플 제품을 쓰겠다는데, 이걸 그가 '바리스타'라는 이유로 비웃을 수 있습니까? 그가 '음악가'라는 이유로 비웃음을 당할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바리스타'라는 것도 그를 비웃을 수 있는 근거는 못 됩니다. '음악가'가 자신의 창의성을 자랑하는 것은 괜찮고 '바리스타'가 자신의 창의성을 자랑하는 것은 비웃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직업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정말이지 끔찍한 발상이죠.

갈색 머리 여성이 합리적인 어조로 삼성 갤럭시S2의 장점을 설명하자, 금발 머리 여성이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반박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비꼬듯 따라하는 부분도 지긋지긋한 클리셰입니다. 지긋지긋할 뿐더러 그다지 유쾌한 클리셰도 아니죠. 멍청한 금발 여성과 똑똑한 갈색 머리 여성의 대비. 이것이 과한 해석이라면, 멍청한 애플 팬과 똑똑한 삼성 팬의 대비로 봐도 무방합니다. 어쨌든 이 광고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비교 광고는 좋은 마케팅 수단입니다. 단, 그것이 제품의 비교에 한한다면 말이죠. 제품의 영역을 넘어 사용자들을 깎아내리고, 거기에 '허세를 부리지만, 실상은 바리스타' '합리적인 설명은 할 줄 모르는 멍청한 금발 여성' 같은 불쾌하고 저급한 수사를 동원하는 이 광고는 지극히 불쾌한 물건일 뿐입니다. 이런 광고가 비교 광고니까 괜찮다, 는 식으로 넘어가야 한다면, 도대체 비교 광고가 뭐가 달라서 그런 특별 취급을 받아야 한단 말입니까? 그건 기실 모든 광고가 사람을 비하해도 괜찮다는 말에 다름없을 것입니다.

삼성은 이 광고를 끝내기는커녕, 2타를 준비하여 방송에 내보냈다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실 관계를 곡해할 여지까지 두어 여기저기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다는 모양입니다. 무슨 말을 더하겠습니까. 원래 질 나쁜 디스에 불과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