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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4S를 내놓았습니다만, 세간의 반응은 혹평 일변도입니다. 이 블로그는 보통 이런 세간의 혹평에 대해 애플을 변호하는 입장에 서 왔는데, 이번에는 어렵겠습니다. 혹평에 반박할 만한 강점이 없어요.

지금까지 가장 놀라운 iPhone 입니다. 구려서.

아이폰 4S가 나쁜 폰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강력한 GPU를 곁들인 A5 칩은 아이패드 2의 그것과 성능이 유사하다면, 현존 최강이라는 갤럭시 S2의 엑시노스마저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줄 것입니다. 휴대전화의 한계상 성능이 아이패드 2보다 낮아진다 해도 현존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것임에는 분명하죠. 카메라도 대단합니다. 애플이 내놓은 샘플 사진들 좀 보세요. 물론 전문 사진사가 좋은 조건 하에 찍은 사진이겠지만, '무보정'이 이 정도랍니다.


그러나 이 물건은, 단언컨데 기대 이하입니다.

1. "아이폰은 스펙이 전부가 아니다". 맞는 말입니다. 모든 전자기기가 다 그렇죠. 그럼, 아이폰 4S가 '스펙' 말고, 아이폰 4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요? 없습니다. 그 스펙밖에는 자랑할 게 없는데, ... 그마저도 별 거 없습니다. 6달 전에 나왔던 휴대전화가 이미 채택했던 그 부품들을 이제사 끼워넣고는 "대단합니다" 하며 자화자찬하고 있어요. 카메라를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하던데, 이것도 엑스페리아 아크에 들어간 카메라랑 똑같다는 얘기가 있네요?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삼성은 갤럭시 S3를 내놓을 텐데요?

2. 만일 이 물건이 32GB 모델이 199달러, 64GB 모델이 299달러로만 나왔어도 이렇게까지 욕을 하진 않았을 겁니다. 16GB 모델이 199달러, 32GB 모델이 299달러, 64GB 모델이 399달러라구요? 이건 도둑놈들이죠. 2년 반 전에 나온 아이폰 3GS도 32GB 모델이 299달러에 팔렸다구요. 2년 반 동안 대체 뭐 한 겁니까? 그걸 똑같은 값 받는 것도 모자라, 64GB 모델은 100달러를 더 올려 받겠다구요? 애플이 원래 옵션 추가에 웃돈을 받긴 했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3. 1년 4개월간의 기다림은 스펙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대감을 불어넣었습니다. IT 업계에서 이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하기 시작한 오늘날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요. 물론, 아마 듀얼코어를 박아넣으면서 발열과 배터리 수명도 잡아야 되고, 아이클라우드도 구축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할 일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사정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었다면, 지연된 만큼 무언가 곁가지가 될 만한 요소를 더 집어넣었어야죠. 이건 능력 부족 아니면 태업으로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4. 사실 가장 의아한 부분이, 4S라는 이름 자체를 무슨 생각으로 지은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건 너무나 명백한, 지는 수에요. 스펙이 아무리 좋아지더라도, 4S란 이름은 "우리 이번 모델은 4랑 딱히 다를 거 없어요"라고 온 몸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 이름이에요. 3G → 3GS와도 비교가 안 되는 게, 이때 아이폰의 이름짓기 방식은 특별히 규칙성이 없었거든요. 두 번째 아이폰에 아이폰 3G, 세 번째 아이폰에 3GS란 이름이 붙었고, 비로소 네 번째 아이폰이 '아이폰 4'라는 간명한 이름을 부여받았는데, 새 아이폰은 '아이폰 4S'다? 이건 이번 업그레이드가 '차세대 아이폰'으로 불릴 자격이 없다는 걸 애플이 스스로 토로하는 꼴이 된다는 겁니다. "차세대 아이폰은 다음에 나올 거고, 이건 그냥 마이너 업그레이드야 ㅎㅎ" 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다는 거죠.

5. 3G에서 3GS로 바뀔 때도 똑같았다구요? 두 세대를 모두 '단순한 성능 업그레이드'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주위 환경이 전혀 달라요. 당대 경쟁기종은 옴니아였는데요? 게다가 아이폰 3GS의 성능은 당대 최강이었어요. 그 CPU + GPU + 램의 조합은 갤럭시 S가 등장하기까지 딱히 적수라 할 만한 폰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더불어 3G에 비해 저장용량도 2배가 됐었다구요! 이건 3GS보다 훨씬 더 실망스런 업그레이드입니다.

6. 3G에서 3GS로 바뀔 때도 기크들은 욕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커뮤니티 반응을 뒤져 보아도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극명하게 애플이 욕을 먹는 상황은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게다가 IT 커뮤니티 밖에서도 아이폰 4S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아요. 비난이죠.

7. "애플은 원래 디자인 변경을 자주 하지 않는 회사"란 주장이 있는데, 그건 맥 라인 얘기고, 데스크톱/노트북 라인은 원래 어떤 회사든지 디자인 변경을 자주 하진 않죠. 반면, 애플도 휴대용 가전기기 - 즉 아이팟의 경우에는 거의 매 세대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여왔습니다. 이건 휴대용 가전기기가 그만큼 '디자인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겠죠. 아이폰 4 디자인이 스티브 잡스의 마음에 얼마나 들었는지는 몰라도, 영 바꿀 게 없었으면 색깔이라도 바꾸든가, 버튼 디자인이라도 바꾸든가(...) "디자인이 옛날 모델과 똑같다"는 건 휴대용 가전기기로서는 꽤 거대한 결점이죠. 애플은 이걸 "쎄임 고저스 디자인"이라고 자화자찬하겠지만, 통할 소리를 해야죠(...)

8. 애플은 매년 단 하나의 전략 모델을 발표합니다. 말하자면 삼성이 다른 모델은 하나도 없이 갤럭시 S만 만들어 파는 것과 비슷해요. 그 단 하나의 전략 모델이, 그나마도 지금까지 나온 4개 모델이 모두 지켜왔던 출시 주기까지 지연시키면서 나온 물건이 이 모양이라면, 애플이 아니라 어떤 회사라도 실망감을 줄 겁니다.

이번 이벤트는 한 마디로 표현해 "애플이 똥을 줬어" 느낌입니다. 한국에서 애플 제품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한국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띌 정도라서 애플에 대한 호감이 점점 하락하고 있었는데, 이 김에 애플 안티 블로그로 바꾸고 불매운동이나 해야겠습니다(...) 여러분 아이폰 4S 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