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아이패드, 혁신의 주기
칼럼 | 2011/03/09 16:28
아이패드 2가 나오면서 "아이패드 2는 혁신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는 세간의 소문을 근거로 "아이패드 2는 별 거 아니고, 올 하반기에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패드 3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이는 아이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주장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애플은 원래 한 세대는 간단한 개선만 하고 그 다음 한 세대는 혁신을 이룬다. 아이폰 4에서 큰 혁신을 이루었으므로, 아이폰 5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당장 아이폰 혁신 2주기설부터 살펴보죠. "아이폰 3GS가 아이폰 3G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었던 것처럼, 다음 아이폰은 '아이폰 4S' 정도로 부를 수 있는 마이너 업그레이드 제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아이폰 5는 대충 넘어가고 아이폰 6에서 큰 혁신을 이룰 것이란 얘기죠. 겉보기엔 그럴싸해보이지만 사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상한 주장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폰은 4개 제품. 아이폰 - 아이폰 3G - 아이폰 3GS - 아이폰 4입니다. 만일 2주기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아이폰(혁신) - 아이폰 3G(보수) - 아이폰 3GS(혁신) - 아이폰 4(보수) 순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2세대에 한 번씩 혁신한다'는 얘기부터가 설득력이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아이폰 3GS는 아이폰 3G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주장도 이상합니다. 아이폰 3GS는 발표 당시 "두 배 빠른 속도"를 내세웠는데, 이걸 내세울 만 한 것이, 정말로 속도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거든요. 첫 아이폰과 아이폰 3G 모두 412MHz로 작동하는 삼성 1176JZ(F)-S v1.0를 쓰던 것을 600MHz로 작동하는 삼성 S5PC100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당대 경쟁기종인 옴니아 2 등에 비해 훨씬 강력한 프로세서였습니다. 그래픽 역시 PowerVR SGX535로 업그레이드되었고, 이전의 두 기종이 128MB 램을 장착한 것과 달리 256MB 램을 장착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폰 3G는 사실 동영상 촬영도 안 되는 폰이었습니다. 빨라진 속도도 속도지만, 카메라의 개선은 괄목할 만 했고 디지털 나침반 추가로 다양한 앱이 늘어날 수 있었죠. 이런 제품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보수 수준의 업그레이드" 라 말할 수 있을까요?
다른 회사, 예를 들어 삼성 같은 경우, 갤럭시 S가 주력이긴 하지만 갤럭시 S만을 파는 것은 아닙니다. 웨이브 같은 것도 있고, 다른 안드로이드폰 라인업도 충실하며, 피처폰도 팔고 있고, 갤럭시 S 호핀이라든가 하는 곁가지 모델들도 다양하게 팝니다. LG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옵티머스 Q, Z, 마하, 2X, 블랙, 3D..... 등등 라인업이 아주 다양하죠. 따라서 애플 외의 다른 회사들의 경우, 자사의 핵심적인 역량을 집결시킨 '전략 모델'이 있는가 하면 보급형 모델도 있고, '전략 모델'을 약간만 변형한 모델도 있습니다. 힘을 줘서 개발하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힘을 좀 빼고 만드는 모델도 있다는 거죠.
그러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단일 라인업'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1년에 단 한 가지 모델만을 발표하고, 그 한 가지 모델만을 판매하죠. (아이폰 3GS 발표 이후부터는 전작을 염가에 판매하는 전략도 쓰고 있습니다만, 큰 맥락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이 발표하는 모든 모델이 다른 회사의 '전략 모델'입니다. 일 년에 걸쳐 자사의 역량을 총집결해서 만드는 겁니다.
일년에 한 번, 단일 제품만을 발표하는 회사가, 일부러 '한 세대는 대충, 다음 한 세대는 혁신적으로' 만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요. 안드로이드와의 전선이 뚜렷한 상황, 프로세서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 - 실제로 애플은 이미 1.08GHz로 작동하는 듀얼 코어 프로세서인 A5를 아이패드 2에 채용했습니다 - 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결론은 - 2주기설 같은 거 없으니 그냥 필요할 때 구입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