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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MBC에서 아이폰 AS를 비난한 이후로 온라인에서 논쟁이 한창인데 솔직히 굉장히 갑갑합니다. 양쪽이 맞는 말을 하면서, 서로 틀린 말을 했다고 서로를 비난하는 형국이에요. 특히 개중에는 '애플빠'니 '알바'니 하는 표현을 쓰면서도 그 표현이 써서는 안 될, 상대를 무시하는 표현임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훌륭한 블로거인 ozzyz 님도 이 문제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 글은 ozzyz 님이 평소 쓰던 좋은 글과 달리 멋진 수사로 꾸며진 부적절한 논조의 글이었다고 봅니다. 아이폰 AS 문제와 이 논쟁, 그리고 MBC 뉴스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해 봅니다.

14일 (또는 한 달) 이내, 기기에 이상이 발견되었는데도 새 제품으로 교환되지 않는다. 이것은 애플과 KT의 잘못이 맞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나쁜 짓입니다. 이런식으로 하면 안 됩니다. 14일 이내에 고장이 났다는 건 사용자에게 인도한 제품이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라는 거고, 이건 최소한의 상호 신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사용자 과실이 아니라 기기 결함인 것으로 밝혀졌다면 마땅히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 합당합니다.

한편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팟 등 휴대용 기기의 경우,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주는 대신 리퍼비시된(Refurbished) 제품으로 교체해주는 정책을 일관되게 고수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정책은 나쁜 정책입니다. 특히 애플케어(Applecare)나 KT의 안심보험 같은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 과실로 인한 고장 또는 사용 1년 초과시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좋지 않은 AS 정책'이지 '비난해야 하는 AS 정책'은 아니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혹은 이 AS 정책으로 인해 아이폰이나 아이팟 구매를 포기할 것인가 같은 문제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둘 일입니다. 뉴스에서 '탐사보도' 씩이나 해 가면서 비난할 문제는 못 된다는 것이죠. 물론 애플 AS 제도의 특징, 그 문제점, AS 기간 연장이나 서비스 강화를 위해 추가되는 비용 등의 '정보'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어야 함은 당연하겠지만요.

MBC 뉴스의 문제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전자(14일 이내 환불/교환 안됨)와 후자(리퍼비시라는 애플의 독특한 AS 제도)를 교묘하게 뒤섞어 보도한 것입니다. 뉴스를 자세히 읽지 않으면 이 두 가지 문제가 별도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TV라는 미디어엔 특징이 있습니다. 애당초 '자세히, 몇 번씩 반복해' 본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한 순간의 이미지, 강렬한 한 컷의 이미지로 승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사는 '리퍼비시된 제품'을 단순히 '교체폰' '일종의 중고 조립제품'이라고 표현하는데, 애플 AS를 비난하는 기사의 논조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리피버시된 제품'이라는 것이 남이 쓰던 물건을 그냥 갖다준다거나, 임대폰에 가까운 개념이라거나 하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서는 '리퍼비시된 제품'으로 교환되는데 이것은 애플의 독특한 AS 제도다, 비록 공장에서 검수되어 나오긴 하지만 재생품, 중고품이란 인상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 는 식으로 표현을 했어야 할 텐데 이렇게 되면 뉴스의 선명성이 가려지고 '강한 한 컷'을 뽑아내기가 어려워지겠지요. 아마 그래서 그 설명을 포기했을 것 같은데, 그 설명을 포기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14일 이내 교환/환불 불가'라는 이슈에 정확히 집중하는 것이 나았다고 봅니다. 뉴스 자체가 굉장히 혼란스럽고, 아이팟/아이폰 AS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되면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전달받기 쉬웠거든요. 그리 좋은 보도꼭지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논쟁을 보면 이런 식입니다. "MBC 뉴스의 보도 태도가 다소 선정적이었다." "14일 이내 환불/교환이 안 되는 것은 틀림없는 애플의 횡포인데 그것을 변호하다니 당신은 애플빠임에 틀림없다." "내가 왜 애플빠냐, 애플 AS가 재생품 교환 방식인 거 모르고 산 사람도 있느냐. 나는 재생품 교환 방식이 비난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당신이야말로 삼성 알바 아닌가." "나는 리퍼비시 제도 싫다." 이렇게 싸우다가 이제 마음 맞는 커뮤니티나 마음 맞는 블로그에 대충 모여서 "애플빠는 답이 없다" "삼성 알바 너무 많다"고 얘기를 나눕니다.

우스운 일이지요. 양쪽이 하는 말이 다 맞거든요. 14일 이내 환불/교환이 안 되는 건 애플 또는 KT의 횡포입니다. 재생품 교환 방식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정책이지만 도의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MBC의 보도 태도는 다소 선정적이었습니다. 최근 언론의 보도가 아이폰을 깎아내리는 선정적인 형태로 반복되고 있는 것도 대부분 동감할 만한 부분입니다. 양쪽이 하는 말이 다 맞는데, 그저 서로 바라보고 있는 곳이 다를 뿐입니다. 지리산 앞에 있는 사람에겐 지리산이 보이고 소백산 앞에 있는 사람에겐 소백산이 보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 산은 지리산이 맞네" "아니 소백산이 맞네"라고 싸운다면 이건 또 얼마나 의미없는 일이란 말인가요.